2023. 11. 9. 11:36ㆍ쏘쏘
11월이 넘도록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언제 꺾일까 싶더니, 가을비 한 번에 찬물을 끼얹은 듯 추워졌다. 이럴 때 생각 나는 키워드가 몇 가지 있는데, '야장(야외매장)', '노포(오래된 음식점)', '포장마차'가 그러하다. 오늘은 오랜만에 데이트로 신대방역 3번 출구에 있는 원조 닭꼬치를 방문하였다.

진로에서 나온 켈리가 요새 참 맛있다. 처음 맛 봤을 때는 조금 낯설은 느낌이 있었지만, 라거이면서도 호프맛이 진하게 나는 매력적인 녀석인 것 같다. 청량하면서도 고소하지만, 호프 때문에 조금 떫기 떄문에 달달한 소주를 조금 섞어주면 그 맛이 더욱 좋아진다. 오늘도 짝꿍과 함께 도란도란 앉아서 식전주를 말기 시작했다.

자 오늘의 메인 안주 닭꼬치가 등장하였다. 가격은 12.5만원이며, 반반으로 해달라고 하면 소금, 양념을 반반 섞어서 주신다. 가게 앞에서 직접 훈연한 닭꼬치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다. 부위는 정육(닭다리)를 쓰는 것 같은데, 토실토실하고 수분과 기름기가 풍부한 부위여서 뜨거운 불 위에서 오래도록 구워도 속은 촉촉함이 유지된다. 이른바 '겉바속촉'. 개인적으로는 구이가 간이 좀 약하고 더 거뭇거뭇하게 태우면 어떨까 싶은데, 아무래도 오래도록 장사를 하시다보니, 사람들이 보통 좋아하는 정도의 간과 익힘 정도를 계속해서 조정한 결과물이 아닐까 싶다. 나는 짭짤하고 거뭇거뭇 탄 것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는 편이다.

이 추운 날 국물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우동도 한 그릇 주문했다. 물론, 도착하자마자 오뎅 국물을 서비스로 주기 때문에 우동을 꼭 추가할 필요는 없다. 오래도록 끓여서 축 늘어진 오뎅을 먹으니 몸과 마음이 따뜻해졌다. 우동 맛은 깔끔한 포장마차 우동 맛이다. 일본 전통 우동이 아닌, 오뎅 국물에 고추가루 김을 팍팍 쳐서 맛을 낸 한국식 우동이랄까. 이 맛이 참 별미여서 겨울이면 으레 따뜻한 우동 한 그릇이 생각이 난다.

마지막 한 잔을 마시고 일어나는데, 추운 날씨에 차가운 술을 들이켰더니 금방 취기가 돌았다. 전반적으로 맛도 좋고 분위기도 좋고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다.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따뜻한 정종을 팔면 어떨까 한다. 이 야장에 이 추위에 따뜻한 정종과 함께 한다면, 얼마나 더 만족스러웠을까. 다음 술은 따뜻한 사케로 해야겠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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